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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의 금 유물과 순도(純度)-이성재 칼럼 2015-02-06


우리나라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금제품 유물들의 금 순도는 얼마나 될까? 
2006년에 국립 공주박물관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제품의 순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가 상상하던 사금(砂金)의 순도를 훨씬 뛰어넘어 현대에도 유통될 만한 순도였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무령왕릉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의 부장품이던 귀고리 등은 거의 99%에 달하고 전북 익산 왕궁리에서 출토된 지배 계급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출토된 금제품 순도는 80%대였다고 한다. 
국보 제54호 왕관 장식은 98~99%, 국보 155호 왕비관 장식도 99%, 국보156호 금제 귀고리와 157호 왕비귀고리는 모두 98~99%이며 대부분 99%대였다. 그리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운영하는 박물관 ‘리움’에서 보관하고 있는 귀고리 제품 중 보물 557호 금귀고리는 95%이었다고 한다.  

이 유물들은 파괴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자가 소속된 태극마크감정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종과 같은 X-Ray 형광분석기로 분석하였는데 너무 소중한 보물들이라 유물 표면을 완벽하게 세척하지 못해서 분석오차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순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채금되던 사금이 평균 70~90% 정도이고 극상품이라도 95%인 점을 생각하면 98~99%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순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옛날엔 화공약품도 없이 어떻게 순도를 높였을까?


추측 가능한 것은 고열에서 장시간 사금을 용융시키면 금과 은이 남고 기타 불순물은 기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었을 텐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은은 융점이 섭씨 960도이고 금은 섭씨 1063도인 바 숯불로 그러한 온도를 올린다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최소한 숯불보다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다른 연료 즉 무연탄이나 유연탄이 이용되었을 것 같고, 은을 기화시키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고온을 낼 수 있는 어떤 물질을 첨가한 걸로 추측이 가능 하다. 

그중 가능 한 것으로 현재에도 이용하고 있는 초석(硝石)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초석은 화학명이 질산칼륨(KNO3)으로 순수하지는 않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석회암 동굴바닥 같은데서 채취할 수 있다. 이 초석은 단백질이나 요소 등이 분해 된 질소 화합물에 나무를 태운 재의 주성분인 탄산칼륨과 복분해해서 생긴 반응물이다. 
이것을 용융된 금은 도가니에 소량을 투입하면 질산칼륨이 순간적으로 발화하면서 고열이 생기고 이때 불순물과 은이 기화된다.

나중에 이 질산칼륨이 고려시대 최무선의 화약으로 발명, 발전 되는데 고려시대보다 수백 년 이전인 서기 6세기에 신라나 백제의 장인들이 이러한 기법으로 순도 99%의 제품을 생산했다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최첨단 과학기술이랄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되는가?


그 좋은 순도 99.99%의 지금으로 산소 불이며 최신 전동 로라 등을 이용해서 겨우 99~99.5%의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금 한 돈에 8만원일 경우 0.5% 도둑질 해 봐야 400원인 것을 1,500년 전의 신라 백제인들 보기가 민망치도 않은가? 
90%짜리 사금을 오로지 망치 하나와 입으로 부는 불대 하나로 99% 순도의 왕관이며 귀고리를 만드는데 거꾸로 99.99%를 99.4%, 아니면 99.5%로 은을 질러먹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우리가 할 짓인가?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눈을 감고도 아기반지를 얼마든지 99.99%로 만들 수 있는데 굳이 0.5% 낮춰서 30년 전 공임으로 낮춰 받고 있으니 이것은 제 눈 가리고 ‘영구 없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99.5% 아기반지 공임을 천원 받느니 99.99%로 만들고 천오백원의 공임을 받으면 누가 비싸다고 할 것이며, 어느 소비자 단체가 시비 할 것인가.

이참에 대오 각성하여 순금제품에 대한 순도를 99.99%로 만들어야 하겠다. 

K.S 규정상 허용오차라는 것은 제조 판매자가 순도를 빼 잡수시라는 것이 아니고 같은 시료를 반으로 나누어서 두 차례 시험 분석하였을 때 이 두 시료사이의 차이를 허용오차라 하는 것이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알지도 못 하면서 그 허용오차라는 것을 악용하여 떼돈 남는 것도 아닌데 0.4%~0.5% 속여서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인 것을 정말로 치사하기가 그지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순금제품 작업 시 부득이한 경우 땜을 쓰더라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고 99.9%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 어려운 불황을 지혜롭게 극복해 외국 브랜드에 완승을 거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출처-주얼리신문